1920년대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벌어진 잔혹한 범죄, 그리고 그 배경에 숨겨진 원주민의 삶.
영화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Killers of the Flower Moon)》*은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인종차별, 권력, 식민주의, 그리고 생존이 교차하며 만든 비극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연장선에서, 또 하나의 조용한 살해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바로 당뇨병이라는 병을 통해서 말이죠.
오세이지 부족의 비극 – 그들은 왜 죽어 나갔는가?
1920년대 오클라호마. 오세이지 부족은 자신들의 땅에서 발견된 석유 덕분에 당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민족이 됩니다. 하지만 그 부는 곧 백인들의 탐욕과 범죄의 표적이 됩니다.
영화에서 묘사되듯, 백인 남성들은 오세이지 여성과 결혼한 뒤 조직적으로 그 가족들을 독살, 총살, 방화 등으로 죽이고 그들의 재산을 가로챘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 갓 창설된 FBI의 첫 대형 수사로 기록되었으며, 미국 역사에 남은 가장 악랄한 원주민 대상 범죄 중 하나로 기억됩니다.
그런데, 당뇨병이 여기에 무슨 상관일까?
《플라워 킬링 문》에서 주요 사망 원인은 분명히 타살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배경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 원주민 전체가 겪은 건강 불균형과 현대 질병의 그림자입니다.
식민주의가 만든 식탁 위의 전쟁
미국 원주민들은 오랫동안 자급자족의 식생활을 유지해 왔습니다.
잡곡, 견과류, 들소, 야생 채소 등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전통 식단이었습니다.
하지만 강제 이주, 땅의 상실, 생계 수단의 파괴는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었습니다.
결국, 정부의 배급 시스템에 의존하게 되면서 하얀 밀가루, 정제 설탕, 가공육이 들어온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당뇨병 대유행의 시작이었습니다.
통계로 본 원주민의 당뇨병 현실
- 미국 원주민 성인의 약 **15~20%**는 당뇨병을 앓고 있습니다.
(미국 평균보다 2~3배 높은 수치) - 일부 부족에서는 그 비율이 30% 이상까지 올라갑니다.
- 아이들은 10살도 되기 전에 인슐린을 맞기 시작합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생활 습관 문제’가 아닙니다.
제도적 차별과 식민주의의 후유증이자, 원주민 공동체 전체에 드리운 조용한 학살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절약형 유전자’와 당뇨병 민감성
의학적으로도 원주민은 당뇨병에 유전적으로 더 민감하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Thrifty Gene Hypothesis(절약형 유전자 이론)’에 따르면,
오랜 세월을 기근 속에 살아온 민족은 에너지를 잘 저장하는 체질이 되었고,
이런 특성이 현대의 고열량 식단과 만나 비만과 당뇨병으로 악화된다는 것입니다.
“침묵 속의 학살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오세이지 부족은 한 세기 전, 총과 독극물로 살해당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미국 원주민은 병원에서, 주방에서, 학교 급식에서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누가 죽였는지 모를 뿐, 결과는 같습니다.
당뇨병은 단순한 질병이 아닙니다.
문화의 단절, 식민적 억압, 제도적 무관심이 쌓여 만들어진 복합적 결과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오늘날에도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폭력의 얼굴입니다.
📌 원주민 당뇨병과 식민주의적 식습관 변화
| 🍞 전통 식단의 붕괴 | 잡곡, 들소고기, 채집 중심 식단 → 하얀 밀가루, 정제 설탕, 가공식품 중심 |
| 🧂 정부 식량 배급 | 저렴한 탄수화물과 정제 식품 위주 (통조림, 백미, 설탕, 식용유) |
| 🛑 운동 환경 상실 | 강제 이주, 공동체 해체, 전통 노동 문화 붕괴 |
| 🧬 유전적 민감성 | ‘절약형 유전자’로 인해 고탄수화물 식단에 특히 취약 |
→ 당뇨병은 단순한 개인의 생활습관 문제가 아니라, 문화와 환경이 무너졌을 때 생기는 질병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 2대한민국 당뇨 환자의 식습관 – 산업화 이후 변화
| 🍚 흰쌀 중심 식사 | 전통 혼식에서 벗어나 ‘백미+국+반찬’으로 고탄수화물화 |
| 🍜 외식과 인스턴트 | 배달음식, 밀키트, 라면, 분식 등 고염분·고지방 식습관 확산 |
| 🍭 설탕/음료 소비 증가 | 믹스커피, 탄산음료, 가공식품 내 숨어 있는 당류 섭취 |
| 🚶♂️ 좌식생활 | 일상 활동량 감소, 스트레스 증가, 수면의 질 저하 |
→ 대한민국의 현대화 과정은 원주민의 식민화처럼 식문화와 생활습관을 급속히 파괴했고, 당뇨병은 그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 공통된 구조적 연결점
| 🔄 급격한 생활 변화 | 강제 이주, 식민화 | 산업화, 도시화 |
| 🍛 전통 식습관 붕괴 | 사냥·채집 → 정제식품 | 혼식·채소 → 백미·인스턴트 |
| 🧠 건강 교육 부재 | 의료 접근성 낮음 | 예방보다 치료 중심 |
| 📈 고위험군 증가 | 유전+환경 취약 | 중년·노년층 고위험화 |
👉 두 집단 모두, 자율성을 잃고 외부 구조에 의해 식생활이 결정되며 건강 취약계층화되었습니다.

“당뇨병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시스템과 환경의 결과다.
미국 원주민이 당뇨병으로 고통받는 구조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도시인, 직장인, 노년층이 처한 현실과 닮아 있다.”
마무리하며 – 영화 그 너머를 보는 시선
《플라워 킬링 문》은 잔혹한 역사적 사실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더 나아가, 우리는 그 역사의 연장선에 있는 현재의 문제도 함께 봐야 합니다.
당뇨병으로 고통받는 원주민들,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사회구조적 불평등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그들의 삶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단지, 더 조용해졌을 뿐입니다.